판데믹으로 인해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한시적 재택근무를 시작한지도 꽤 오래됐다. 그래서 어쩌다보니, 나도 재택근무 3년차다. 오늘은 재택근무, 정확히는 원격근무의 이로움을 주장하고 개인과 조직이 어떻게 원격근무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지 경험에 기반해 적어보려한다. 코로나가 진정 국면으로 들어서도 제한없는 재택근무가 업무환경의 기본조건으로 갖춰지길 바라며. (참고: 이 글에선 원격/재택근무를 모두 편의상 재택근무로 통일해 적었다.)

명확한 장점

재택근무의 가장 큰 장점은 출퇴근시간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회사와 거주지가 가깝다면 이 항목은 크게 실감이 되지 않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IT/스타트업 회사가 강남과 판교에 빼곡히 몰려있는데 10년 넘게 강북에 살고 있으며 살고 있는 동네에서 이사할 의사가 별로 없는 사람에게는 매우 크게 실감이 되는 점이다. 나와 같은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적게는 왕복 2~30분, 많게는 왕복 네시간까지 거뜬히 잡아먹는 출퇴근시간이 소요되지 않기 때문에 남는 시간을 컨디션 조절과 개인 업무 처리에 쓸 수 있다. 체력소모가 덜한 것도 당연한 장점이고. 그 결과, 업무 시간에 텐션을 올리기가 좋다. 조금 피곤한 날이라도 점심시간을 이용해 온전히 휴식할 수도 있다. 실제로, 나는 재택근무를 하기 시작하면서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 하루 세시간씩 쓰던 출퇴근시간을 운동과 휴식에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명확한 단점

재택근무의 명확한 장점만큼이나 명확한 단점도 있다. 집에서 일하면 집중이 어려워서 완전자율근무를 채택해도 사무실로 출근하는 동료들이 제법 있다. 대면 커뮤니케이션이 갖는 장점을 활용할 기회가 거의 없다는 것도 아쉽긴 하다. 점심이나 커피 한 잔 같이 하면서 동료들과 밍글링할 기회가 없는 것도 단점 중 하나겠다. 맞는 말이다. 또, 집이 집중할 수 있는 업무환경이 되기 어려워서 출근이 차라리 이로운 경우도 당연히 있다. 다만 오늘은 제한없는 재택근무 옹호론자로서 이러한 단점들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보려 한다.

집중하기

사무실로 출근해 일할 때의 가장 큰 장점은 일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이미 조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말해, 재택근무를 할 때엔 그러한 환경을 스스로 조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재택근무에 따른 장비 및 환경 세팅을 위한 지원금을 제공하는 회사도 있거니와, 굳이 지원금이 없더라도 집에서 일할 때엔 사무실에 비견될 정도로 스스로가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반드시 조성해야 한다. 이것은 효과적인 재택근무의 0번 원칙이다. 다음과 같은 항목을 체크해볼 수 있다.

이러한 환경을 세팅하기 어렵다면 사무실에 출근하는 게 당연히 낫다. 사실 각종 장비라는 건 돈을 들이자면 끝도 없지만, 반드시 비싼 장비를 갖추라는 뜻이 아니다. 자신이 일하기 '딱 좋은' 상태를 갖춰두라는 뜻이다. 그러면 이제 이 0번 원칙을 지켰다고 가정하고, 다른 단점들의 보완책을 생각해보자.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의 효율 끌어올리기

재택근무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히는 부분이 이 부분이다. "만나서 얘기하면 금세 될 얘기를..." 같은 맥락 말이다. 재택근무를 위해서는 개인 뿐만 아니라 조직 전체가 구두+동기화 커뮤니케이션이 아닌, 텍스트+비동기화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해져야 한다. 사실 구두 커뮤니케이션을 해도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결론은 그 자리에 없던 동료에게 공유되어야 하므로 텍스트로 기록하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우리는 비대면, 텍스트, 비동기 상황을 전제하고 가급적 텍스트로 명확히 묻고 답하고 의견을 제시할 줄 알아야 한다. 정확한 언어로 간결하게 적어 동료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다. 비대면-텍스트-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이 얼마나 효율적일 수 있는지는 조직이 이에 적응할수록 명확하게 드러난다. 재택근무가 전제하는 이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한 번에 여러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PM처럼 커뮤니케이션의 요구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직군일수록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텍스트로 의사소통하는 게 가끔 아쉬울 때엔 슬랙의 허들, 혹은 개더타운의 음성채팅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 지금 일하는 동료들과는 텍스트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완전히 정착되어 있기 때문에, 허들과 같은 음성채팅은 종종 그 텍스트의 맥락을 보충하거나 읽었는데 서로 이해가 일치하지 않을 때 추가로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해 사용한다. 후딱 만나서 의견을 핑퐁하고 대부분 5~10분 안에 끝낸다. 예를 들어, 왓챠피디아 스쿼드의 데일리 스크럼은 텍스트 공유+허들을 택했다. 스크럼 30분 전부터 스크럼 직전까지 오늘의 할일과 논의할 어젠다를 정리해 올리고, 다같이 허들에 들어와 각자의 항목을 공유하고 부연한다.

물론, 구글밋이나 줌 같은 화상원격회의도 필요에 따라 적절히 사용한다. 이 경우는 업무핑퐁보다는 확실히 '회의'가 필요한 순간들에 해당한다. 특정 어젠다가 있고, 이에 대한 의견을 관련 인원이 모여 빠르게 나누어 결론과 액션 아이템을 도출한다. 회의의 목적은 대면이든 비대면이든 사실 크게 다를 게 없다. 그래서 효율적인 회의를 진행하는 방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